지난 이야기, 갓 대리 대신 새로 팀에 합류한 밥 부장, 그는 이름 그대로 밥통이었다. 실무 모르고, 위에서 내려온 일 아랫것들에게 미루는 그런 사람이었다. 자 대리는 밥 부장과 일하면서 점점 불만이 쌓여간다.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데.....
무능한 밥부장
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. 답답한 밥부장과 함께 일하는 자 대리와 김 후배, 이번엔 김 후배 차례였다.
- 밥 부장 : 김 사원 나 좀 잠깐 볼까?
- 김 후배 : 네 부장님
- 밥 부장 : 아, 이거 상무님 지시사항인데, 김 사원이 한번 맡아서 해봐, 발표도 김 사원이 직접하고 말이야.
- 김 후배 : 네.....
- 밥 부장 : 표정이 왜그래 김 사원, 지금 맡은 일 어렵겠지만, 다 네것이 되는거야. 열심히 해보자
- 김 후배 : 네.....
김 후배는 입사한지, 2년차 회사에 대해 잘 모를 짬밥이다. 하지만 밥 부장에겐 그런거 중요치 않다. 남에게만 떠밀 수 있다면 그 대상이 짬이 되던 안되던 상관 없다. 무조건이다.
김 후배의 발표 날
밥 부장이 김 후배에게 넘긴 프로젝트는 회사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였다. 그래서 그런지 그 날따라 담당 상무님 외에도 많은 임원들이 회의장에 참석해 있었다. 김 후배는 발표 전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. 그 프로젝트는 알고보니 빛 좋은 개살구일뿐,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는게 없는 그런 과제였기 때문이다. 그렇게 발표가 시작되었다.
- 김 후배 : 이 프로젝트는 기존에 비용이 많이 들었던 원재료를....(블라블라)
- 황 전무 : 원재료를 어떤식으로 절감한다는 얘기죠?
- 김 후배 : 원재료 A를 B로 바꿔 절감해볼 예정입니다.
- 황 전무 : 원재료 B는 품질 안정성이 많이 떨어지는걸로 알고 있는데 충분히 test 해본건가?
- 김 후배 : 그게.....test를 해봤는데요,..(밥 부장을 쳐다본다)
- 밥 부장 : .......(밥 부장 아무 말없이 김 후배를 쳐다본다)
그 날, 김 후배는 밥 부장의 경멸어린 시선이 더 기분 나빴다고 한다. 자기가 시켜놓고 수습은 2년차 사원에 떠넘기다니, 자 대리는 울적해 하는 김 후배에게 술 한잔 사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. 갓 대리와 일했을때는 참 좋았는데.
자 대리, 이직을 결심하다.
자 대리에겐 여자친구가 있었다. 여자친구는 공무원이다. 그래서 콧대가 하늘을 찌른다. 여자친구는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 다니는 자 대리가 못마땅하다. 그래서 항상 말한다.
- 자 대리 여자친구 : 오빠, 나랑 결혼하려면 이직해
- 자 대리 : 응? 그게 무슨 말이야, 요즘 취직이 얼마나 어려운데
- 여자친구 : 오빠, 요즘에 그 밥팅인가 밥통인가 하는 부장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며
- 자 대리 : 그건 그렇지....
- 여자친구 : 나 사실, 오빠 이런 직장 다니는거 엄마, 아빠한테 얘기하면 허락 안해주실거야. 쪽팔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오빠 이직 준비하자
자 대리, 충격이었다. 그래도 나름 사내에선 중견기업이라고 자부심 갖고 다녔던 회사, 외부에선 중소기업만도 못한 존재인가보다. 자 대리는 자존심 상했지만, 밥 부장도 싫었고 이직하라고 안달 복달하는 여자친구의 말에 이직 준비를 시작한다. 한편으론 지금까지 날 잘 챙겨준 갓 대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.
청약을 넣으라는 어머니
자 대리, 한창 이직을 준비하는 중에 어머니께 연락이 왔다. (자 대리는 독립하여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는 중이다.)
- 어머니 : 자룡아 잘 지내지? 밥은 잘 챙겨먹고?
- 자 대리 : 네 엄마, 엄마도 잘 지내시죠?
- 어머니 : 그래, 나야 잘 지내지, 요새 이직 공부는 잘되니? 회사 일하랴 공부하랴 많이 힘들겠구나
- 자 대리 : 엄마 괜찮아요, 다 저를 위한 일인걸요. 그런데 어쩐일로 연락하신거에요?
- 어머니 : 아, 이번에 세종시에 분양하는거 알지? 엄마가 자룡이 이름으로 청약 통장 들어놨어, 한번 넣어봐 결혼하기전에 집 한채 마련하면 좋잖아.
- 자 대리 : 아 그래요? 아파트에 대해선 잘모르지만 한번 넣어볼게요, 어떻게 넣는지 한번 알려주세요.
그리고 자룡은 세종시에 청약, 처음 넣었는데 당첨이 되었다. 그런데 주변 지인들 반응이 제각각이었다.
- 어머니 : 자룡아 너무 축하해~!! 이거 진짜 운이 좋은거야
- 자 대리 : 그래요? 처음이라 그런지 이게 좋은건지 잘 모르겠어요. 당장 대출도 받아야하고 머리가 아파요 ㅜ
- 어머니 : 대출이야 차차 갚으면 되지, 정말 잘됐다!!
기뻐하는 어머니와 달리 여자친구는 노발대발이다.
- 여자친구 : 오빠! 오빠는 왜 나랑 상의도 없이 그런걸 넣어?
- 자 대리 : 아니,, 엄마가 한번 넣어보라고 해서, 잘 된거라고 하던데 아니야?
- 여자친구 : 오빠! 집 살돈은 있어? 그거 다 대출이잖아, 나 대출있는 남자랑은 결혼 못해 어머니가 대신 돈 내주신대?
- 자 대리 : 아니, 우리 집 형편이 그렇게 좋은것도 아니고,, 대출은 천천히 갚아나가면 되잖아
- 여자친구 : 오빠! 대출 있이 결혼생활 시작하는거랑, 없이 시작하는거랑 천지 차이인거 몰라? 하아, 답답하다 진짜
회사 사람들도 딱히 축하해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.
- 아는 선배 : 자룡아 세종에 집 얻었다고?
- 자 대리 : 네 선배님,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.
- 아는 선배 : 아니 회사랑도 먼데 거기에 왜 집을 얻었어?
- 자 대리 : 아 어머니가 그냥 넣어보라고 하셔서 넣어봤는데 그렇게 됐어요..
- 아는 선배 : 아깝다 ㅜ 회사 근처에 분양하는거 넣는게 좋았을텐데 청약 통장 너무 아깝게 날린거 아닐까?
주변에 축하해주는 시선보다는 걱정이 더 많았다. 하지만 자 대리는 어차피 있어야할 집이고, 좀 일찍 산것 뿐이다라고 스스로를 위로 했다. 그리고 그 사건이 터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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